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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왜 광우병에 발동했을까?

 
"대중이 먼저 발동했다."

이라크파병, FTA, 이랜드 등에서 침묵했던 대중이 광우병 공포에는 발동했다. 탄핵 이후 정치적 영역에서는 가장 격렬한 반응이 아닌가 싶다. 왜 하필 '대중'은 광우병이라는 이슈에 '비로서' 반응하기 시작했을까?

여중생 촛불 시위에 때는 여러 조건들이 충족됐다. '오노사건'으로 과거 반미와는 다른 형태의 반미 분위기가 정치-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한 젊은 층에 확산되어 있었고, 2002 월드컵으로 민족주의 의식의 고취와 광장에 대한 욕구가 급증했으며 대선이라는 정치적으로 과잉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미국에 할말은 한다'고 일갈하던 노무현이라는 아이콘이 반미 촛불시위를 이끌어 내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중생의 비참한 사망이라는 사태의 겉모습이 실제로는 매우 당파적이고 이념(물론 이건 나쁜 게 아니다. 사망한 여중생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소파 개정, 미국의 사과 등, 결국 이 문제도 최종적으로는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되어야만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적 이었던 당시 시위의 성격을 퇴색시켜 줌으로써 보다 폭넓은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본다.

반면에 이번 광우병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발동에는 여중생 사건의 극적인 요소들은 없어 보인다. 이 문제는 이미 노무현 정권 때 부터 매우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일이고, 대중에 충격을 안겨 줄만한 광우병 관련 공중파 방송도 이전에도 있었다. 선거 직전과 직후라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그럼에도 대중은 발동했다.

진중권의 지적처럼 이명박 정권에 쌓여왔던 불만이 미국 쇠고기 수입으로 터지기 시작한 측면도 있을 것이고, 온라인 상의 정치적 여론을 주도하는 '노빠'들이 정권이 바뀌자 부담없이 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 힘을 얻은 측면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빠'들의 궐기 만으로는 설명이 좀 부족해 보인다. 분명 노무현 정권이었으면 대중의 발동은 대단히 저조했을 지도 모르나 대선 당시 BBK나 총선에서의 대운하 등등 쇠고기 못지 않은 파괴력을 가진 정치적 이슈들은 넘쳐났고, 이에 대한 '노빠'들의 분노는 대단했음에도 오프라인 상의 '대중의 발동'이라는 현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런데 왜 하필 광우병에는 대중이 반응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에는 '탈정치'라는 현 대중의 속성에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광우병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문제이나 여중생 사건이 그러했듯 광우병 사태 역시도 먹거리 문제라는 겉모습이 사태의 정치적 성격을 퇴색시켜 준다. 젊은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극단을 치닫고 있고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 직후에 벌어진 온라인 상의 젊은 층이 중심이 된 '대중의 발동'이라는 참으로 모순적인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이 점밖에 없어 보인다는 것도 '탈정치성'에서 원인을 찾는 것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래서 이번 '대중의 발동'이 2002년의 촛불시위, 2004년의 탄핵시위와 같은 하나의 이벤트 정도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다. 여중생 추모 촛불 시위가 바꾼 것은 거의 없다. 미국에 할 말은 한다는 대통령을 탄생시켰지만 그 대통령은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했고, 한미 FTA를 체결했으며 여중생의 죽음 대신 하중근, 허세욱 씨의 주검을 안겨 주었다.

여중생 시위든 광우병 시위든 이 사안들의 해결은 결국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문제다. 다시말해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 자신들의 원하는 정당을 의회에 진출 시키고 최종적으로는 정권을 획득해야만 한다.

대중의 분노가 그저 촛불앞에서만 타올랐다 빠르게 꺼지고 '정치'를 바꾸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촛불 시위는 술자리 정치 잡담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무의미한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래서 탈정치화 된 정치적 시위라는 이 역설적인 상황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은 '순수함'을 자처하는 시위 참여자들이 스스로의 행위에 당파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by 말줄임표 | 2008/05/04 03:43 | 이슈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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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ave the Ear.. at 2008/05/04 14:02

제목 : 선전선동과 공작의 달인, 골빈 이명박 정권과 골빈당..
선전선동과 공작의 달인, 골빈 이명박 정권과 골빈당 '한나라당' 민심을 배반하고 광우병을 선물한 이명박 정권과 조선일보 지난 5월 2, 3일 3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촛불을 밝히고, 굴욕적인 한미정상회담과 한미FTA 국회비준을 위해 자국민들에게 광우병을 선물한 이명박 정권을 규탄했다. 초.중.고등학생들까지 자신들이 원하지 않아도 먹게 될, 광우병 위험물질까지 포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졸속으로 타결한 이명박 정권을 향해......more

Commented by Diz at 2008/05/04 08:52
글 잘 읽었습니다.
요 며칠 사태를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이랑 비슷하네요.

뭐, 시큰둥한 오프쪽의 30대 이상들을 보면 역시나 잠깐 지나가는 잔바람일거라 생각합니다.
님 말씀대로 스스로의 당파성을 갖추지 못하는 한 오히려 '푸욱 숙성된 어른들의 매운맛'을 따끔하게 맛볼뿐이겠죠.
Commented by 에톤 at 2008/05/04 12:57
하나의 이벤트에서 끝날거란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이상하게 정치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이번 촛불 시위로 반 FTA정당의 위상이 올라가지도 않았고,
오히려 일각에서는 선동한다고 까이는 중이니...
Commented by 混沌之書 at 2008/05/04 14:12
좋은글 보고갑니다.

이번 촛불시위는 그저 공포감에 마비된 이성으로부터 시작되어
따뜻한 날에 중간고사도 끝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촛불놀이로만
바라보게한 작금의 상황이 한스럽습니다.

Commented by 말줄임표 at 2008/05/05 17:57
Diz // 이번 시위가 부디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꺠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랄뿐입니다.

에톤 //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혐오감 등이 정치를 더욱 후퇴시키고 있죠.


混沌之書 // 답답한 일입니다.
Commented by rdg1 at 2008/05/06 09:58
그래도 10대들이 20대나 제가 속한 30대보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 전 대견하던데요...
Commented by 말줄임표 at 2008/05/06 23:52
2002년 촛불 시위에 참여한 대중에 비해 이번 광우병 시위에 참여한 10대들은 '탈정치'화 할 망정 자신들의 분노를 노무현같은 보수정치인의 지지를 위해 소비하지는 않으니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희망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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