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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토론, 디워 잡담

 
디워 팬들은 지식권력의 남용을 얘기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식인들에게 직무유기의 책임을 묻고 싶다. 평론가들이 매도 당하고 영화잡지의 게시판이나 디워에 비판적인 블로그들이 공격당하는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 경보는 이미 발동되었어야 하며, 이송희일 감독의 성정체성이 거론되고 난도질을 당하는 사태까지 이르렀을 정도로 한계치를 넘어섰을 때 조차도 이번 사태는 방치되었다. 그런 점에서 용기 있게 발언한 진중권, 그리고 누구보다도 이송희일 감독, 김조광수 대표, 허지웅 기자에게 고마움과 함께 지지를 보낸다.

과거 진중권이 '지식인은 독자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야 하는 말을 해야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줘야 한다면 그건 지식인이 아니라 장사꾼이다. 관객 300만, 400만이라는 '소비자' 앞에 한 없이 겸손해야 하는 건 자본이지 지식인이 아니다. 지식인이 대중을 소비자로 취급하는 것이야 말로 대중에 대한 모독이다. 그래서 400만 대중 앞에 오만하다는 진중권, 이송희일 감독 등을 지지한다.

물론, 대중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 듯, 대중은 언제나 틀리지도 않다. 대중의 선택이 관련 분야에 훈련된 전문가 집단인 지식인의 선택보다 더 현명할 때도 있다. 하나마나한 당연한 얘기, 문제는 대중과 지식인인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을 때 그 두집단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황우석, 디워가 문제가 되는 것은 대중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떠나 대중과 지식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며 이 사태들에서 파시즘을 얘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디워도, 아니 황우석 조차도 파시즘 그 자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런 징후들이 방치된다면 그 다음에는 진짜 파시즘이 우리를 찾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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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팬들의 논리는 진중권이 잘 요약 했듯 '영구 없다' 그거다. 심형래 스스로도 자기 영화를 민족, 애국, 시장, 인생극장 이 4가지 코드만으로 설명한다. 디워 팬들 역시 디워를 비판한 평론가들을 공격할 때 이 4가지를 근거로 든다. 그러니 애국심을 활용하는 마케팅이 옳으냐 그르냐까지 따질 필요도 없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떠나 디워팬들의 논리처럼 심형래만 충무로에서 이런 마케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영화 평론가란 영화를 갖고 평론을 하는 사람들이지 애국심을 갖고 영화를 평론해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에 대해 비평을 했으면 영화의 논리로 반박을 해야지 저 4가지 논리를 가지고 평론가들을 매도한다. 그러기에 디워 팬들의 4대 신조가 영화적 완성도와 무관하다는 점을 지적하니 이제는 그런 적 없다, '영구 없다'다. '영구' 심행래를 좋아한다고 영구가 될 필요는 없다.

심형래의 '피해자 마케팅'은 잘못이지만 김조광수 대표의 '동정심 마케팅'이 그렇지 않은 이유도 간단하다. 김조 대표가 말했듯 '피해자 마케팅'은 거짓이고, '동정심 마케팅'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충무로란 영화시장을 지칭하는 것일 터이고, 영화 <시장>의 지배자는 당연히 자본과 배급이다. 여기에 영화를 상품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서 평가하려는 이들이 오히려 비주류일 수 밖에 없다. 이 당연한 이치만을 생각해도 300억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고 쇼박스라는 메이저 배급사의 배급망을 통해 영화를 개봉하는 심형래를 피해자로 포장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지는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피해자 아닌 심형래가 펼치는 '피해자 마케팅'은 선량한 영화인들을 가해자로 만든다.

이송희일 감독이 분노한 것도 바로 이런 부분들이다. 오늘 100분 토론의 PD는 물론이고 언론들도 이송 감독의 발언을 왜곡시키고 있는데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는 평은 디워라는 영화 자체에 대한 자신의 평이 아니라 "막가파식으로 심형래를 옹호하는 분들에게" 그렇다는 거다. 박정희 식 개발독재 논리, 전체주의로 영화를 평가하고 강요하는 자들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언론들이 이 부분을 생략해 버림으로써 해당 글이 영화 자체에 대한 이송 감독의 평가인 것처럼 여겨지게 만들고, 정작 디워라는 영화를 포잠항에 있어 심형래와 디워 팬들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고자 했던 이송 감독의 맥락은 사라져 버렸다.

한 영화가 재밌냐 아니냐, 혹은 뛰어나냐 그렇지 않느냐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재밌게 본 사람은 즐기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비판하면 된다. 양자 사이에 이견이 있을 때는 논리를 바탕으로 논쟁이 이루어 지면 되는 것이며, 이 것은 오히려 심형래라는 제작자이자 감독이 보다 발전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디워 팬들은 영화를 영화로 평가하는 비평가들에게 영화 외적인 요소를 근거로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고, 이 외적인 문제로 영화를 평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다시 영화는 영화로 평가하라는 정신분열증적인 행태를 보인다. 여기에 과도한 폭력성까지 추가된다면 이 것은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시급히 치유해야할 광기일 뿐이다.

이번 사태는 디워의 영화적 완성도가 아닌 바로 이런 광기가 문제의 핵심이다. 자신이 욕을 먹어도 욕먹은 줄 모르는 진짜 '바보'들이 아니라면, 디워 팬들은 왜 '그 분'과 그 분의 '창조물'을 욕하냐고 분노할 것이 아니라 그 분을 욕되게 하는 본인들의 행태를 검증해 볼 일이다. 지금 심형래와 그의 영화를 모욕하는 자들은 평론가, 지식인이 아닌 그의 팬들이다.

by 말줄임표 | 2007/08/10 05:01 | 문화 | 트랙백(2)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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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ad Land at 2007/08/10 05:35

제목 : 100분토론 재미-유감
전반적으로 재미있었고 특히 진중권이 참 돋보였는데, 그럼에도 진중권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 자리가 영화 가 훌륭한가 아닌가의 비평 영역이 아닌, ' 신드롬'에 대한 것이었으므로 영화 플롯에 대한 완벽분석보다는 다른 쪽에 좀더 발언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라는 것. 오히려 이 자리는, 를 옹호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에 대한 일체의 비판을 불허하며 난동질을 피웠던 바로 그 '신드롬'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이.....more

Tracked from Real Factory at 2007/08/10 12:28

제목 : 디워와 평론가, 그리고 옹호자
이번 디워를 통해 평론가가 권위실추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며 개나소나 영화평론을 그어대니까 돈 받고 쓰는 전문가와 시간이 남아돌아 쓰는 저같은 나부랭이들의 영역이 애매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전문가들 평론이 안 먹힌다고 권위실추 어쩌고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평론가들 입장에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왜냐고요? 원래 사람들은 평론가라는 양반들을 별로 신경쓰지 않거든요. 대개 영화를 보러......more

Commented by N. at 2007/08/10 05:35
"관객 300만, 400만이라는 '소비자' 앞에 한 없이 겸손해야 하는 건 자본이지 지식인이 아니다." 아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오늘 백토 시작에서부터 이송희일 감독 발언이 또 왜곡돼서 소개되는 거 보고 빠직-.- + 했어요. 도대체 한국 국어교육 왜 그리 망가졌는지. 시민논객이란 사람이 김조광수 대표 지명할 때부터 <올미다> 갖고 까겠구만, 눈치깠는데, 정말 매너없데요. 대답 도중 말을 자르지 않나, 무슨 죄인 취조하듯... 아니, 개봉 전부터 애국심에 호소하는 거하고, 관객과 평단의 일치된 호평을 받고도 스크린이 없어서 짤릴 위기에 놓였던 영화에 대고 호소하는 거하고 동급이라 생각하는 저들의 마인드가 정말... (안그래도 김조광수 대표에 대해 그걸로 껀수 하나 잡았다고 아주 의기양양이던 거 보고 어이없어 기절하는 줄 알았죠.)

비판하면 무조건 달려가 사이버테러하는 그 광란의 질주에 대해서 충분히 얘기가 더 안 된 게 아쉬웠어요. 진중권이 그 엄청났던 토론 파워를 <디워>가 허접한 이유 완전분석 쪽에 쓰기보다 이쪽으로 조금만 더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그리고 토론 맨 마지막에 나왔던 얘기들, 영구아트무비 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와 문제점 같은 거... 이게 본격적으로 얘기가 돼야 하는데 급하게 흐지부지 된 것도 아쉬웠구요.
Commented by 말줄임표 at 2007/08/10 06:03
N. // 하신 말씀에 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반농담이지만 진중권의 가장 큰 실수는 디워를 보고 토론에 참여한 게 아닐까 하네요. 디워가 그토록 참을 수 없는 영화였을까요? 디워를 볼 계획이 없는 저에게는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을 듯..^^; 사실 영화를 봤더라도 진중권이 영화전문가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니 자기 전문 분야에만 집중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은 저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중파 방송에서 주제로 삼기에도 한 영화에 대한 평가 보다는 그 것이 훨씬 생산적일테구요. 맥락상 영화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 부분에서 이 아저씨가 너무 흥분해 버렸네요.^^

그리고 저도 마지막 부분의 미흡함이 역시 아쉬웠습니다. 그동안 막연히 영구아트무비의 기술적 성과는 인정하고, 또 이를 발전시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진중권의 발언을 듣고 과연 cg 기술과 그를 바탕으로한 블록버스 영화 산업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하고 사회적 지원을 해야할 만큼의 가치와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먼저 선행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힘든 도전을 시도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줄기세포 300조처럼 허황된 꿈을 꾸어서도 곤란한 일일테니 말이지요. 하긴 심빠들도 인정하는 영화적 완성도의 미흡함을 지적해도 이 난리인데, '원천기술'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할 전문가들이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이런게 진짜 전문가들이 할 일인데 또 PD수첩을 기다려야 하는지..-_-;
Commented by 이승환 at 2007/08/10 12:29
요즘들어 파시즘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자기한테 도움도 안 되는데 알아서 뛰어들어 수호하려는 정신은 참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ㅡ.ㅡ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7/08/10 15:23
말줄임표 회원님의 포스트가 금일 오후 05:00에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될 예정입니다. 익일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과학)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Commented by 푸하하하 at 2007/08/10 17:11
대한민국에서 영웅은 없습니다
영웅 만들기를 안해서가 아니라 영웅만들기 란 말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죠

어떻게 보면 영웅이란 단지 상징적으로 그 사람의 장점된 인생을 들어내어 이 후의 후손들에게 영감과 귀감을 주는 것인데 그것마저 다른 것을 들이대 뿌리채 뽑으려 들죠


이렇게 완벽한 걸 바라는데서야 뭐가 나오겠습니까?
선진국 들이 어떻게 !!! 선진국이 되었나 들여다 보는게 공부가 될 듯 한데 이렇게 얘기하면 또 뭐라고 하는 사람 많죠

그런데 그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되려 이중적이고 더 불의와 타협하고 더 세속적 이죠
맞습니까?

자신부터 돌아보란 말이죠

전 디워를 비평하는 글은 되려 디워를 긍정적으로 본 글에서 맘속으로 와닿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말줄임표 at 2007/08/10 18:11
이승환 // 정말 그렇죠. 현실에 대한 불만들을 그런 오지랖을 통해 해소하려는 것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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