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로그인


북한 핵실험의 진짜 위기

 
증시 패닉 상태… 투자자 망연자실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TV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뉴스 속보를 하루 종일 내보냈으며 주가는 폭락했다.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다르다.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는 6000여억원을 매도하며 패닉 상태에 빠진 반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기회는 이때다 하고 있는 대로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 불쌍한 대한민국 국민들, 언론이 조장하는 공포심에 개미들만 피를 보고 정작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사태로써 비판받아 마땅한 일임은 분명하지만, 당장 전쟁이 나거나 미국의 무력제재가 현실화 될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추가적인 경제제재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 들도 많고 UN은 물론이고 이라크의 수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국이 무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희박하다.

그러니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으로 과거와는 달리 안보든 경제든 우리나라가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의연한 모습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민주화 세력'이라 불리는 집단이 10년이나 정권을 잡은 의미가 있을 거다. 그러나 언론들은 여전히 공포심 조성으로 '안보장사'를 하고 있고, 시계는 거꾸로 돌아 북한에 대한 강경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와중에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있는 좌측 꼴통들과 우측 꼴통들은 각기 '미제와 맞짱뜨자'거나 '남한도 핵무기를 갖자'고 아주 꼴깝들을 떨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수준이란 게 94년에 비해 달라진 게 뭐가 있을까?

물론, 이번 사태가 북한의 정통성 없는 봉건적 독재정권의 한계를 보여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프레시안 기사의 지적처럼 "과거 미국 스스로가 주도했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거부했고, 올해 들어서는 NPT에 가입하지도 않은 인도와 핵 관련 협정을 맺는 등" 패권주의적이고 이중적인 미국 대북정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갔으니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포용정책'이 실패한게 아니냐 해도 부시정권 이후 미국의 '대북강경책' 역시 실패한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없이 북핵 사태의 해결을 바라는 것은 북한의 핵보유로 한반도의 자주가 보장되는 것처럼 말하는 주사들의 주장만큼 황당무계한 망상이다

결국, 북핵사태는 미국의 정책 변화로부터 해결되기 시작할 것이다. 북한의 지배세력이나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원하는 미국이나 한반도의 완전한 긴장해소를 바라지는 않겠지만 동시에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원치 않는다. 현재 부시정권의 등장과 9.11이후 변화된 미국 정책으로 인한 반작용으로 북한의 핵실험까지 이르르며 위기의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으나 '적당한 긴장관계'라는 접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봐도 알 수 있듯 대한민국은 아직도 투기자본의 좋은 먹이감이다. 미국 국채 사들여 미국 부채 대신 갚아주는 고마운 나라이기도 하고, 한미 FTA를 통해 불황으로 돌아선 미국 기업들을 살려 주기도 해야 한다. 거기다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평택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제공해주고 이전 비용까지 부담해주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벌이면 남한 역시 공멸임에도 뜯어 먹을 게 많은 나라를 망하게 할 만큼 미국 강경파들이 꼴통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강경파의 입장에 서 대북포용정책을 비판하고 미국에 대한 비판을 포기하는 것은 북핵 위기 사태를 장기화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FTA 등과 경제 안보에 걸쳐 우리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손해를 가중시킬 뿐이다.

또한, 이번 사태의 당사자는 북한과 남한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이다. 북핵 실험에서 보듯 북한은 남한을 협상 파트너로 보지 않고 있으며 이를 바꿀만한 뾰죽한 수가 우리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북한이 어느 선에서 합의점을 찾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대북지원을 하느냐 마느냐는 북핵 사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눈앞의 북핵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북한에 민주정부가 들어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고 당장은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인한 남한의 군사적 경제적 혼란을 막는데 있다. 이런 대북지원을 몇년 하다 말다 해가지고는 될 일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짜증이 북한에 대한 강경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앞서 말했듯 우리의 손해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럼에도 '대북포용 정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민주개혁세력'의 마지막 남은 존재 가치마저 부정하는 일이다. 이들은 도데체 신한국당, 한나라당 대신 왜 자신들이 정권을 잡겠다고 나선 건가? 아니, 그럼 북한과 위험한 긴장관계이니 포용정책을 하자는 거지, 북한과 짝짝꿍하며 평화롭게 잘 사는데 포용정책을 하고 말고할 필요가 뭐가 있나? 나아가 '넷우익'들의 북한과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 온라인 여론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 역시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물론 여기에는 밀실에서 뒷돈 대주기식 대북지원으로 포용정책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 시킨 김대중 정권과 그 집단에 참여한 정치세력에게도 책임이 있다.) 진짜 위기는 바로 위와 같은 우리사회의 극심한 우경화 현상을 북핵사태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데 있다. 그나마 진보하고 있다고 믿었던 북한 문제마저 우리는 김영삼, 노태우 시대를 뛰어넘어 박정희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

by 말줄임표 | 2006/10/10 04:20 | 이슈 | 트랙백(1) | 덧글(7)

트랙백 주소 : http://oldboy.egloos.com/tb/142905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Real Factory at 2006/10/13 15:29

제목 : 햇볕정책 폐기론에 반대하며
한국은 주제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약소국이니까 미국 말 잘 듣자는 게 아닙니다. 아직 성장이 덜 된 나라니까 분배는 좀 뒤로 미뤄두자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제 위세도 있을만큼 있는 국가이고 경제규모도 클 만큼 컸으니까 분배에 들어가자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국제적 지위, 특히 북핵 문제에 있어서의 지위를 깨닫자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 일어나는 복잡한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 끝도 없겠지만......more

Commented by 큐브관리자 at 2006/10/10 05:24
안녕하세요. 벨리타고 와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북한 핵과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여러 모로 수용이 되는 좋은 글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Andrea at 2006/10/10 08:22
정말 북핵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후죽순 빠져나갔을텐데
그 반대 현상이 생기는 걸 보고..
쓴웃음을 지어야만 했습니다..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6/10/10 08:56
말줄임표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팬티팔이소녀 at 2006/10/10 10:46
증시에서 외인들이 돈번다는건 분명히 맞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다음날의 주식을 예측한다면.. 제 경험상 그냥 차라리 찍어!라고 하고 싶네요..ㅡㅡ;;
Commented by 말줄임표 at 2006/10/10 12:37
큐브관리자 // 네, 감사합니다.

Andrea //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매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개미들도 분위기 파악을 하고 주식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군요. 공포심을 자극하여 국민들을 혼란케 만드는 언론의 안보장사가 왜 문제인지를 보여준 사례가 어제 주식시장의 모습이겠지요. 답답한 현실입니다.

팬티팔이소녀 // 뭐, 제가 다음날의 주식을 예측할 수야 없겠지요.^^
Commented by 김진방구 at 2006/10/13 21:48
글이 좋아 글좀 퍼가겠습니다... ^^
Commented by 말줄임표 at 2006/10/14 01:04
김진방구 // 좋은 평가에 저도 감사드립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용산철거민살인진압규탄